"정원있는 단독주택, 진작 갈아탈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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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6.06.13. 오후 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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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준 기자 news@msnet.co.kr] "정원 있는 삶이 너무 행복합니다. 진작 갈아탈 걸 그랬어요."

두 달 전 대구 수성구의 아파트 전셋집에서 남구 대명동 단독주택으로 이사한 김영환(49) 씨는 즐기던 회식까지 마다하고 칼퇴근을 서두른다. 여름철 해가 길어져 저녁에도 마당의 텃밭을 가꿀 수 있기 때문이다. 농촌에서 자란 그는 늘 단독주택을 동경했지만 아내의 반대로 쉽사리 실행하지는 못했다. "(단독주택으로 이사할) 기회를 엿보다 전세난을 핑계 삼아 이사 결정을 내렸어요."

치안 문제와 생활불편 등의 이유로 인기가 시들했던 단독주택이 전세난과 아파트 가격 거품론 등으로 재조명받고 있다. 특히 단독주택은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면서 일부를 반전세 또는 월세로 전환, 임대 수익까지 올릴 수 있어 수요층이 더욱 두터워지고 있다.

한때 단독주택은 아파트 대량 공급에 밀려 1980년대 이후 주택시장에서 맥을 추지 못했다. 냉`난방에 취약하고 주차와 방범 문제에 노출돼 있다는 인식이 강해 단독주택을 터부시하는 경향이 짙었다.

박미영 공인중개사는 "과거 잘 팔리지 않던 단독주택이 최근엔 전세난과 저금리 상황이 겹쳐 수요자가 늘고 있다"며 "주택의 입지와 노후 정도에 따라 가격 차가 나지만 2억원 중후반대에 형성됐던 단독주택 가격이 3억원을 호가하고 있다"고 했다.

신규 단독주택 분양 열기도 뜨겁다. 대구시와 한국토지주택공사 대구경북지역본부는 지난달 26일 대구연경공공주택지구 내 블록형 단독주택용지 1필지 1만647㎡를 공급해 1순위 접수를 한 결과 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또 초고가이기는 하지만 이달 말 분양예정인 수성구 만촌동의 타운하우스 역시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분양사는 전했다.

단독주택 신축 건수도 꾸준히 늘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단독주택 신축 허가 건수는 2008년 352건과 2009년 295건에 그쳤지만 2014년에는 623건, 2015년 645건으로 2, 3년 전과 비교하면 두 배가량 증가했다.

가격도 오르고 있다. 지난해 단독주택 공시가격이 지난 4년 새 최고 상승률(4.15%)을 기록했다. 국토교통부의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에 따르면 2008년 외환위기 직후인 2009년 1.98% 가격이 빠진 뒤 2010년부터 7년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상승률 역시 2012년(5.38%)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서울이 평균 4.53% 올랐고 광역시는 5.52% 올랐다. 대구는 제주(16.48%), 세종(10.66%), 울산(9.84%)에 이어 5.91%로 4위를 차지했다.

단독주택의 변신도 또 다른 인기 비결이다. 단독주택 시장은 최근 들어 획일적인 벽돌집에서 에너지를 줄이는 패시브 하우스와 그린 한옥으로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패시브 하우스는 주택을 고단열, 고기밀, 고성능 창호 등으로 설계, 폐열회수 환기장치 등을 통해 버려지는 열을 회수함으로써 난방을 위한 별도 설비 없이 겨울을 지낼 수 있는 주택을 말한다.

한국감정원 강여정 주택통계부장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장기간 집값 하락을 거치면서 수요자들의 집에 대한 인식이 아파트 중심에서 타운하우스나 단독주택 등으로 다양화되고 있다"며 "극심한 전세난과 저금리 기조 아래 탈아파트화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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